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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기사

"강제 키스"혀 깨물어 절단해 전과자로 살던 피해자 56년만에 내린 결정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의 피해 여성이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한다. 

 

최씨는 18살이던 1964년 5월 자신의 집에 놀러온 친구들을 데려다주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당시 21살이던 노모씨를 만났다. 위협을 느낀 최씨는 친구들부터 집에 보내야겠단 생각에 노씨를 다른 길로 가도록 유인했다. 그러자 노씨가 돌연 최씨를 쓰러뜨려 성폭행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최씨는 노씨의 혀를 깨물어 저항했다. 노씨의 혀는 1.5㎝가량 절단됐다.

 

법정에서도 2차 피해가 이어졌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최씨에게 “처음부터 피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 “피고와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는가”라고 되묻는 등 심각한 2차 가해를 했다.
 
최씨는 재판이 끝난 후 서너달동안 집밖에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방을 구해 혼자 살았고, 계속되는 결혼 권유에 떠밀리듯 결혼한 뒤 곧 이혼했다.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됐다. 정당방위를 다툰 대표적인 판례로 형법학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당시 학계에서도 법원의 판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 씨는 "억울한 상처에도 힘이 없고 길을 몰라서 이렇게 살아왔지만, 배움을 통해 용기를 내게 됐다"며 "56년이 지나 시대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비슷한 피해를 보는 여성들이 많은 것 같고 수사기관과 재판부의 2차 가해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재심 청구로 아직 용기 내지 못한 여성이 당당하게 사실을 밝히고 상처를 회복했으면 좋겠다"며 "여성이 보호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번 재심 청구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