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강아지 화투로 인기 끌고 있는 '자매상점'
2016년 11월 문을 연 자매상점은 온라인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 고양이 화투인 ‘냥투’를 소개했다. 천편일률적이던 화투에 귀여운 고양이를 넣어 새롭게 디자인한 상품이다. 이 화투를 디자인한 김정은 씨는 “그저 내가 재미있고 좋아서 한 일을 사람들이 이렇게 같이 좋아해줄지 몰랐다”고 말한다.
“고등학생 때 일본 여행을 갔다 귀여운 화투를 본 적이 있어요. 가격이 부담스러워 사오지 못했는데, 어느 날 문득 생각났어요. 그래서 색다른 디자인의 화투를 찾아봤지만,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더라고요. ‘그럼 내가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가 키우고 있는 네 살, 다섯 살짜리 고양이를 넣어서 화투를 그려 보았습니다. 친구들에게 그 그림을 보여주었더니 모두 좋다는 거예요.”
그 당시 세 자매의 둘째인 정은 씨는 임신 중이었고,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있던 셋째 소희 씨가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자매상점’이 출발했다. 어릴 때부터 낙서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림을 전공한 적이 없는 정은 씨는 서툴러도 자신만의 감각으로 귀여운 그림을 그렸다. 소희 씨는 전공을 살려 상품 설명을 쓰고 SNS 등을 통해 홍보하는 일을 맡았다.
두 사람은 고양이 화투인 ‘냥투’뿐 아니라 달력, 엽서 등 세트 상품까지 디자인해 텀블벅에 올리고, 사전 주문으로 제작비를 지원할 후원자를 모았다. 목표액은 200만 원. 그런데 1145명이 사전 주문하면서 1850만 원 정도가 모였다. 덕분에 자본금 없이도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2017년 1월 카카오 메이커스에 상품을 올렸을 때는 오픈 두 시간 반 만에 매진되어 급히 추가 물량을 제작해야 했을 정도다. 화투를 친 적이 없다는 사람도 ‘귀엽고 예뻐서 샀어요. 이번 기회에 한번 배워볼까 합니다’라고 했고, ‘처가에 가져가서 가족과 함께 화투놀이를 할까 합니다’라는 사람, 선물하기 위해 샀다는 사람도 많았다. 늘 살 수 없는 물건이라서 중고매매 사이트에서 50% 비싼 가격에 매매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갑자기 제조업에 뛰어들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어디에 제작을 맡겨야 할지 찾는 일부터 막막했습니다. 이리저리 수소문해 공장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어요. 제작비만 미리 받고 연락이 끊긴 곳도 있고, 불량률이 50%에 달한 곳도 있었습니다. 톡톡히 신고식을 치렀던 셈이지요.”
올해 3월에는 강아지 화투인 ‘멍투’를 텀블벅에 올려 1830만 원 정도의 사전 주문을 받았다.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모든 동물을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강아지 화투를 그렸습니다. 고양이 화투는 제 고양이와 친구 고양이를 넣어 그렸는데, 강아지 화투는 ‘우리 강아지도 그려주세요’라는 후원자가 많았어요. 강아지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아예 PPT 자료를 만들어 보내시더라고요. 그중에는 이제 이 세상에는 없는 강아지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강아지는 덧니가 있고 귀가 길었어요. 함께 여행도 진짜 많이 다녔어요’ 같은 세세한 설명에서 그 강아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느껴졌습니다. 쌍피로 쓸 수 있는 조커 패 여섯 장에 그 강아지들을 그려 넣었어요. 즐겁게 여행 다니는 모습도 있고, 하늘나라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있습니다.”
올해 7월 소희 씨는 납작한 원통이 그려진 메모지에 각자 케이크를 그려 넣을 수 있는 ‘유어 케이크 드로잉 메모지’를 디자인해 역시 텀블벅에 올렸고, 95명의 후원을 받아 제작했다.
“SNS 메시지를 많이 사용하면서 사람들은 이제 편지 쓰는 일을 어색해하는 것 같아요. 짤막한 편지를 곁들여 선물하기를 좋아하던 저조차 점점 펜을 드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던 편지 쓰기 습관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만든 메모지예요. 원통형만 그려져 있는 메모지에 직접 축하 케이크를 그려 넣어 건네면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소희 씨는 어릴 때 언니들이 놀아주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메모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릴 적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도 정말 재미있게 놀았어요. 언니들이 종이에 세모나 동그라미, 직선이나 곡선 하나 그려놓고, 뭐든 네가 원하는 대로 그려서 채워 넣으라고 했어요. 그다음 제 그림을 보면서 평가해주었죠. 종이 상자 하나만 있어도 그림을 그리고 구멍을 뚫고 하면서 무궁무진 놀 거리가 많았어요. 우리끼리 판매자가 되고 손님이 되어 바자회를 열기도 했어요. 그래서 요즘 저희가 하는 일도 놀이처럼 느껴집니다.”
부모님은 자매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부하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억지로 학원을 보내지도, 문제집을 골라주지도 않아 엄마가 문제집을 사다주는 아이들을 부러워했을 정도였단다. 대신 책 사는 돈은 아끼지 말라고 했다. 윷놀이, 화투, 눈싸움, 등산, 여행 등 가족끼리 노는 시간이 많았고, 가족회의를 하면서 모든 일을 함께 결정했다. 그래도 세 자매 모두 알아서 공부해 청주에서 서울로 대학 진학을 했다.
“엄마는 딱 하나, 부정적인 표현을 못 하게 하셨어요. ‘엄마 이거 하면 안 돼요?’라고 물으면 ‘왜 안 되냐고 묻느냐’면서 고치라고 하셨죠. 제가 행정학과에 진학할 때는 고시 공부를 할 줄 아셨을 텐데, 대학도 졸업하기 전 결혼하겠다고 해도 한마디 반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들은 “남들은 자매끼리 많이 싸운다는데 저희는 싸운 일이 평생 몇 번 될까 말까 하다”고 말한다. “부모님 영향인 것 같아요. 부모님이 싸우시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서로 존중하면서 대화를 많이 하셨어요. 사업자 등록을 할 때 규약에 ‘푼돈을 가지고는 싸우지 않는다. 여기에서 푼돈은 1조 원 이하의 돈이다’라고 명시했어요. 1조 원 이상이면 싸울 일도 있지 않을까요?”라면서 깔깔 웃는다.
이 일을 시작하고는 너무 힘들어 조금 싸우기도 했단다. 정은 씨가 임신 6개월 때 일을 시작해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일하다 보니 몸으로 하는 일은 대학생인 동생 소희 씨가 거의 맡아야 했고, 기한에 쫓기다 스트레스도 받았다. 제품 1100개를 한꺼번에 택배로 보내려고 포장하다 함께 울기도 했단다. 이들은 8개월 만에 80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고, 최근에는 디자인 쇼핑몰 ‘1300k’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상시 매출이 생기게 되었다.
“매출이 많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수익은 절반도 되지 않더라고요. 수익의 절반은 ‘자매 머니’에 넣어두고, 나머지를 나눠 가집니다. ‘자매 머니’로 세금과 회사 운영 비용을 지출하고 회식도 하죠. 다음 일을 위한 자본금도 비축해야 하고요.”
이들은 ‘자매상점을 세 자매의 평생 사업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사실은 큰언니가 제일 안목도 좋고, 저희는 도달할 수 없는 천재적인 끼가 있어요. 대학에서 예술경영학을 전공하다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명상을 가르쳐요. 어릴 적에는 전교 1등만 한 수재였지만, 방랑자의 기운이 물씬한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죠. 언젠가는 우리 일에 끌어들이려고 큰언니 자리를 비워두고 있어요.”
이들은 1주일에 두세 번 정은 씨 집에서 만나 아기와 함께 침대에 누운 채 수다를 떨면서 회의를 한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제품으로 만들 생각이다. 조급하게 사업을 키울 생각은 없다. 삶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부모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자매는 “그저 우리가 재미있어서 한 일을 이렇게 좋아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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